노래방은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에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1993년 청소년 출입 제한이 풀리면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매년 5,000여 개씩 늘어나며 2000년에는 2만 개를 돌파했고, 2006년 전국 노래방 수가 3만7,994개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노래방은 직장인 회식의 필수 코스이자 국민 여가시설로 자리 잡으며 연간 1조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몰락의 시작 : 주요 원인 분석
회식 문화의 급격한 변화 (2016-2018년)
노래방 쇠퇴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직장 회식 문화의 변화였습니다. 2016년 11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접대 문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식비가 1인당 3만 원으로 제한되어 저녁자리가 2·3차로 이어지는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서울 마포의 한 노래방 사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회식 문화 변화에 결정타를 가했습니다. 2017년에도 전국 노래방 수가 3만5,903개였으나,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2018년 한 해만 전국 노래방이 1,600개 감소했습니다.
2019년 7월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되면서, ‘술과 노래를 권하는 문화’를 멀리하는 싫존주의적 성향이 농후한 2030세대의 영향이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치명타 (2020-2021년)
코로나19는 노래방 산업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2020~2021년 2년간 노래방 폐업이 코로나19 이전 2년(2018~2019년) 대비 29.4% 증가했으며, 3만3,400곳 중 3,700곳이 사라졌습니다. 2020년 노래방 폐업 건수는 2,137곳으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개업은 389곳에 불과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 코인노래방 업주의 사례를 보면, 2019년 월평균 매출이 1,300만 원이었으나 폐업 직전에는 150만 원으로 줄었고, 집합금지 조치 기간(2020년 8월~2021년 1월)의 매출은 0원이었습니다. 노래방은 고위험시설로 지정되어 장기간 집합금지 명령을 받았으며, 이는 대규모 폐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
1인 가구 증가와 여가의 개인화, 커피전문점·당구장·스크린골프 등 대체재 증가도 노래방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홈 싱어(Home Singer)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노후화된 시설의 노래방 대신 집에서 편안하게 노래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통계로 본 노래방 시장 현황
개업·폐업 추이
노래방 개업 수는 2017년 1,000곳을 넘었으나, 2018년 774곳→2019년 754곳→2020년 389곳→2021년 249곳→2022년 456곳→2023년 510곳→2024년 1~9월 243곳으로 감소했습니다. 2024년은 팬데믹 시기인 2021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폐업 측면에서는 2015년 1,041곳→2016년 1,109곳→2017년 1,314곳→2018년 1,409곳→2019년 1,619곳→2020년 2,238곳→2021년 1,583곳→2022년 950곳→2023년 999곳→2024년 1~9월 691곳이 폐업했습니다. 2018년부터 폐업이 압도적으로 높아졌으며, 지난 10년간 개업한 노래방 수는 7,153곳이었으나 폐업 점포 수는 1만2,953곳에 달해 약 2배에 달했습니다.
노래방 산업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52시간제가 시작되면서부터였습니다.
코인노래방의 부상과 한계
성장기 (2013-2017년)
코인노래방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00개가 생겨나며 노래방 산업의 몰락을 혼자 막아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1인용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인구가 늘어났고, 이전 노래방이 대부분 단체 방으로 구성되어 있어 혼자 가기 어려웠던 반면 코인노래방은 소수 이용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학생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TJ미디어는 이 시장의 95%를 점유하며 2017년 매출 83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정체와 쇠퇴 (2018년 이후)
그러나 2017년 말부터 코인노래방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었고, TJ미디어의 매출은 하락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코인노래방 신규 등록 건수는 2012년 17개에서 2017년 778개로 급증했지만, 2018년 409개, 2019년 1~5월 137개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습니다.
코인노래방 폐업도 2018년까지는 연간 0~30건 정도로 미미했으나 최근에는 연간 60건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노래방 폐업 중 코인노래방 비중이 2019년까지 5% 미만이었으나 최근 8%로 증가했습니다.
아이돌 중심으로 음반 산업이 움직이면서 혼자나 소수로 부르기 적절한 노래가 줄어들고, 외식업 물가 급등으로 젊은 층의 문화 소비 여력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2024-2025년 현재 상황
시장 규모와 업계 동향
2023년 TJ미디어의 매출은 9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0% 증가한 6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금영엔터테인먼트는 매출 264억 원으로, 양사의 매출 격차가 4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TJ미디어가 팬데믹 이후 늘어난 코인노래방 문화에 집중하고 젊은 층 취향에 맞춰 다양한 효과와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개발하며, 네이버페이·페이코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결과입니다.
노래방 문화의 변화
2025년 하반기에는 노래방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공간을 넘어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용 챌린지 영상을 찍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노래방 인기 차트에서는 여전히 발라드가 강세를 보이며, 아이브·에스파·르세라핌 같은 그룹이 10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생존 전략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생존을 위해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동전노래방 업주들이 방음이 잘된다는 점을 이용해 스터디 카페로 변신하거나, 노래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전망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노래방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노래방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3년 56억 1천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28%를 나타내 2031년 67억 2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정용 노래방 시장은 2023년 1억 400만 달러에서 2030년까지 2억 달러로, 연평균 55.24% 성장이 예상됩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과 한국은 뿌리 깊은 가라오케 문화로 인해 여전히 시장의 주요 기여자로 남아 있으나, 북미·유럽 등 신흥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 노래방 시장의 몰락은 단일 원인이 아닌 여러 요인의 복합작용으로 발생했습니다. 김영란법과 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회식 문화의 구조적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 1인 가구 증가와 여가의 개인화 등 사회·문화적 트렌드 변화가 결합되어 전통적인 노래방 산업을 쇠퇴시켰습니다.
코인노래방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나, 이마저도 2018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었습니다. 2024년 현재 노래방 개업은 역대 최저 수준이며, 지난 10년간 폐업이 개업의 약 2배에 달하는 등 산업 자체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향후 노래방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래 공간을 넘어 SNS 콘텐츠 제작, 가족 단위 이용 확대, 첨단 기술 접목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회식 문화 변화와 엔터테인먼트 다변화 추세를 고려할 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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