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gpt 고민상담, 과연 괜찮을까? (과의존 주의)

새벽 2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스마트폰을 켭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상담센터는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선택지, “ChatGPT에게 물어볼까?”

요즘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애 고민, 진로 문제, 가족 갈등, 심지어 우울감까지 AI에게 털어놓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편리하고 즉각적인 반응, 판단하지 않는 듯한 태도 때문에 AI 상담은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만 받아들여도 괜찮을까요?

쳇gpt와 고민상담 '과의전 주의' 주의
쳇gpt와 고민상담 ‘과의전 주의’ 주의

왜 사람들은 AI에게 고민을 털어놓을까?

AI 상담의 인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입니다. 24시간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예약도 필요 없으며, 비용도 들지 않거나 저렴합니다. 전문 상담사를 만나려면 용기를 내야 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AI는 그저 앱을 열면 됩니다.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Stranger on a train phenomenon)

친밀한 관계의 사람(가족, 친구 등)에게는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개인적인 비밀, 고민, 사적인 이야기 등을 오히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에게 더 쉽게 이야기하게 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또한 익명성도 큰 매력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없이, 부끄러운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AI는 나를 판단하지 않고, 비밀을 누설할 염려도 없습니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AI는 안전한 출구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AI의 반응은 빠르고 논리적입니다.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도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줍니다. 때로는 인간 상담사보다 더 인내심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여러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AI는 진짜 공감을 할 수 없습니다.

AI가 아무리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해요”라고 말해도, 그것은 프로그래밍된 반응일 뿐입니다. 진정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감, 즉 내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느끼고 있는 누군가의 존재감은 AI가 줄 수 없습니다. 고민 상담의 핵심은 때로 조언이 아니라 “내 편이 있다”는 느낌 자체인데, AI는 이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AI) 등이 단순한 규칙이나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그들의 행위에 몰입하여 무의식적으로 인격을 부여하거나 인간적인 감정, 지능,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둘째, 의학적·심리학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AI는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충동 같은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없습니다.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을 놓칠 수 있고, 잘못된 조언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AI가 부적절한 답변을 제공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셋째, 과도한 의존이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AI와의 대화가 편해지면, 점점 인간관계는 귀찮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오해, 조율의 과정이 번거롭게 여겨지는 것이죠. 하지만 바로 이런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고 진정한 연결을 경험하는 통로입니다. AI는 완벽한 청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를 더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AI에게 털어놓은 깊은 고민, 민감한 개인정보는 어떻게 저장되고 사용될까요? 데이터가 학습에 활용되거나, 해킹될 위험은 없을까요? 이런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 상담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벼운 고민을 정리하거나, 생각을 구조화하는 도구로는 충분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입니다.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AI는 응급처치 정도는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회피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진정한 위로와 성장을 경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지만, 인간성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AI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사람과의 연결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더 빈곤해진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새벽 2시, 고민이 있다면 AI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아침, 용기를 내어 진짜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 불완전한 연결 속에야 말로 진짜 위로가 있으니까요.

관련영상

함께보면 좋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