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청구하다 보면 보험사로부터 여러 가지 서류에 동의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은 별문제 없지만, 의료자문동의서와 면책동의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 서명했다가는 정당한 보험금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자문동의서란?
의료자문동의서는 보험사가 가입자의 의료 정보를 외부 전문의에게 제공하고, 그 전문의의 소견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 서류입니다. 언뜻 보면 “전문가의 객관적인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문제가 될까?
1. 보험사에 유리한 의견만 받을 가능성
보험사가 선정한 자문의는 대부분 보험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의사입니다. 이들은 보험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객관성보다는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소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술이 불필요했다”, “과잉진료다”, “기왕증과 관련이 있다” 등의 의견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감액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2. 반박할 기회가 없음
의료자문 결과는 일방적으로 보험사에게만 전달되며, 가입자는 어떤 의사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알게 되더라도 이미 결론이 난 후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3. 개인정보 과도한 제공
의료자문동의서에는 종종 “포괄적인 의료 정보 제공”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재 청구 건과 무관한 과거 병력까지 모두 공개될 수 있으며, 이를 보험금 거부의 빌미로 삼을 수 있습니다.
면책동의서란?
면책동의서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제받거나, 가입자가 향후 추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에 동의하는 서류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고로 인한 모든 보상은 이것으로 종결되며, 향후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왜 문제가 될까?
1. 미래의 권리를 포기하게 됨
교통사고나 상해 사고의 경우, 당장은 가벼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책동의서에 서명하면 나중에 후유장해가 발생해도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2. 적정 보험금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
보험사는 때때로 실제 받아야 할 보험금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빨리 처리해드리겠다”며 면책동의서를 요구합니다. 급한 마음에 서명했다가 나중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3. 법적 권리 포기
면책동의서는 법적으로 강력한 효력을 가집니다. 한 번 서명하면 나중에 “몰랐다”, “속았다”고 주장해도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기
보험사에서 보낸 서류의 제목과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동의서”라는 단어가 있다면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2. 서명 전 전문가 상담
의료자문동의서나 면책동의서를 요구받았다면, 서명하기 전에 보험 전문 변호사나 손해사정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서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3.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보험사의 요청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보험사는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동의서가 없다고 해서 보험금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4. 조건부 동의 고려
의료자문이 필요한 경우라면, “특정 진료 기록에 한정”, “자문 결과 공유”, “반론 기회 보장” 등의 조건을 달아 제한적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보험금 청구는 가입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때로는 지급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의료자문동의서와 면책동의서는 그러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급하다고, 보험사 직원이 괜찮다고 해서 함부로 서명하지 마세요. 내 권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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