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매매계약서에 흔히 들어가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은 인도일로부터 6개월로 한다”는 조항입니다. 언뜻 보면 “6개월 동안은 매도인이 책임져 주니 안심해도 된다”는 뜻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수인 입장에서 상당한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위험 포인트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6개월’ 조항이 왜 위험한가?
민법상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원칙적으로 하자 발견 후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면 됩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계약서에 “매도인의 하자책임은 인도 후 6개월로 한다”고 적어 버리면, 법에서 보장해 주는 범위보다 더 줄어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예를 들어, 입주 후 7개월째에야 발견되는 구조적 하자, 누수, 숨은 곰팡이, 난방 배관 문제 등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 하지만 계약서가 “매도인 책임 6개월”로 딱 잘려 있으면, 하자가 아무리 중대하고 은닉돼 있었다 해도 매도인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6개월 조항은 “6개월 동안 보호”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6개월 지나면 매도인 책임 완전히 면제”라는 의미로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잠복 하자’ 문제
아파트의 하자는 반드시 인도 직후에 다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정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하자가 더 문제입니다.
- 겨울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난방 배관·보일러 배관 누수
- 장마철이 되어야 드러나는 외벽·창틀·옥상 방수 하자
- 여러 번 사용해야 터지는 욕실 배수, 주방 배수, 하수 역류 문제
- 가구·짐을 들여놓고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결로·곰팡이·소음 문제
이런 하자들은 보통 계약 전·잔금 전 눈으로 확인해도 잘 보이지 않고, 인도 후 3~6개월, 심지어 1년 이상 지나서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기계적으로 “매도인의 하자책임은 6개월 한도로 한다”고 써 버리면, 그 이후에 발견된 잠복 하자는 사실상 매수인이 떠안는 구조가 됩니다.
“알았으면 안 샀을 하자”도 6개월이면 끝?
법원 판례와 실무에서는, 매수인이 하자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와 정말 알기 어려운 중대한 숨은 하자를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 집 내부를 전혀 손볼 수 없는 구조적인 균열
- 시공상 중대한 하자로 인한 지속적인 누수
- 건물 주요 설비(승강기, 급수 설비, 공동 난방)의 심각한 결함 등
이런 것들은 단순 미관이나 경미한 불편을 넘어, “알았으면 매수 안 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의 하자들입니다.
문제는, 계약 단계에서 매도인 또는 중개사가 준비한 표준 계약서 문구에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하면서, 이런 경우까지 싸그리 “6개월”로 묶여버리는 것입니다. 나중에 큰 하자가 드러났을 때,
- 매도인은 “계약서에 6개월이라고 서로 합의했으니 그 이후는 내 책임이 아니다”
- 매수인은 “이 정도 중대한 하자는 당연히 보호받는 줄 알았다”
라는 인식의 차이가 충돌하면서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형식적인 특약’의 함정
많은 중개 현장에서 “그냥 관행대로 넣는 특약”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6개월 조항입니다.
문제는, 중개사나 매도인도 이 조항의 법적 의미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자동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 “다들 이렇게 써요”
- “보통 6개월로 하니까요”
- “요즘은 이 문구 안 넣으면 매도인이 싫어합니다”
이런 말만 듣고 그대로 사인했다가, 나중에 실질적으로는 매도인에게 유리한 조항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매수인이 많습니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을 인수해서 나중에 직접 들어가 살 경우, 실제로 비교적 늦게야 집 상태를 체감하게 되기 때문에 6개월 조항의 불리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자 책임 범위가 모호한 것도 문제
“하자”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입니다. 계약서 특약으로 아무 설명 없이 “하자 책임 6개월”만 적으면, 실제로는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 무엇을 하자로 볼 것인지 (단순 노후? 구조적 결함? 설비 파손?)
- 정상적인 노후와 구분되는 ‘하자’의 기준
- 공용부분(외벽, 옥상, 승강기, 계단)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매도인 책임 범위
- 관리사무소·시공사·입주자대표회의 책임과 매도인의 책임이 겹치는 구간
이 부분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매수인이 “이건 하자니까 고쳐 달라”고 요구해도 매도인이 “원래 오래된 집이면 이 정도는 있는 거다”, “이건 아파트 전체 문제지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버틸 여지가 많아집니다.
결국, 문구는 ‘6개월 책임’이라고 쓰여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기간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실제 분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
아파트 매수 후 분쟁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입주 후 몇 달이 지나고 나서 누수, 균열, 심각한 결로, 배관 이상 등 발견
-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수리·비용 부담 요청
- 매도인 : “계약서에 6개월이라고 되어 있고, 지금은 그 기간이 지났다” 또는 “이건 하자가 아니라 노후”라고 주장
- 감정·전문기관 점검까지 가게 되면 시간·비용 부담 증가
- 소송까지 가면, 매수인은 시간·돈·정신적 스트레스 모두 부담
이 과정에서 많은 매수인이 “차라리 처음 계약할 때 이런 조항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면, 특약을 다르게 쓰거나 가격 협상을 달리 했을 것”이라고 후회합니다.
계약서 작성 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
실무적으로 매수인 입장에서 최소한 다음의 사항은 반드시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6개월”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인가?
협의가 가능하다면,
- “중대한 하자(구조·누수·배관 등)에 한해서는 1년”
-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하자에 대해서는 발견 시점부터 6개월”
와 같이 조금 더 현실적인 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의 범위를 명시할 것
예) “누수, 배관, 창호 기능 불량, 구조적 균열, 전기·가스·난방 설비 이상 등은 매도인 하자 책임에 포함한다”이렇게 적어 두면, 나중에 매도인이 “그건 하자 아닌데요?”라고 발뺌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알고 있는 하자는 별도로 적을 것
매도인이 이미 알고 있는 하자(단순 크랙, 가구 파손, 도배·장판 상태 등)는 별도로 리스트업해서 “이 부분은 매수인이 인지하고, 그 상태 그대로 인수한다”고 정리하는 것이 깔끔합니다.
반대로, 아예 언급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나중에 발견되면 ‘은닉 하자’ 주장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을 구분할 것
누수·균열 등은 공용부분·전유부분 경계에서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주체(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책임으로 처리되는 공용부분 하자에 대해서는 매도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으로 정리하되, 대신 전유부분(내부 배관, 창문, 발코니, 실내 설비) 범위는 명확히 하는 식으로 세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수인이 스스로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팁
단순히 계약서 조항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매수인 본인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계약 전·잔금 전 꼼꼼한 점검
- 가능하면 전문가(하자 점검 업체, 인테리어·설비 전문가 등)와 동행 점검을 고려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창문 개폐, 배수 테스트, 보일러 가동, 전기 콘센트, 누수 흔적, 곰팡이, 벽체 균열 등을 최대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사진·영상 기록 남기기
인수 당시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충분히 남겨 두면, 향후 분쟁 시 “이건 인수 당시부터 있던 하자였는지, 그 이후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자 발견 시 즉시 통보
하자를 발견하면 바로 매도인·중개사에게 문자·카톡·메일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통보하고, 관리사무소에도 동시에 보고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언제 알았느냐, 언제 문제 제기를 했느냐”에서 불리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 “6개월”이라는 한 줄에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아파트 매매계약서에서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은 인도일로부터 6개월로 한다”
는 문구는, 단지 형식적인 문장이 아닙니다.
- 하자가 언제 발견되느냐에 따라,
- 어떤 종류의 하자냐에 따라,
- 어떻게 특약을 써 두었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라도 매도인이 책임지는지, 매수인이 홀로 떠안는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그 한 줄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도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매 당사자, 특히 매수인은
- 6개월 조항을 무조건적인 관행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 자신이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과 하자 범위를 냉정하게 따져 본 뒤,
- 필요한 경우 특약 수정을 요청하고,
- 최소한 하자의 종류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것
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들 이렇게 쓰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나중에 집 안 곳곳의 하자와 함께 돌아오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할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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